실리콘-공공 다이아몬드 노드 두 개를 1.55km 광섬유로 얽힌 뒤, 단일 광자의 어느-경로 정보를 지운 채 위상을 측정한 첫 실험. 양자 네트워크가 광학 간섭계의 기본 한계를 넘어 망원경 베이스라인을 무한히 늘릴 수 있다는 비국소 센싱의 결정적 증거다.

하버드·MIT·MIT링컨·라이덴 합동팀이 Nature 651권 326–332쪽(2026)에 실은 ‘얽힘 보조 비국소 광 간섭(Entanglement-assisted non-local optical interferometry in a quantum network)’ 논문은, 두 개의 다이아몬드 실리콘-공공(SiV) 노드를 1.55km 떨어뜨려 광섬유로 얽힌 뒤, 외부에서 들어온 단일 광자의 위상을 ‘비국소’로 측정했다. 양자 메모리에 정보를 잠시 저장한 뒤 어느-경로(which-path) 정보를 지우는 광자 모드 소거가 핵심이며, 이는 종래 베이스라인의 광자 손실 한계를 양자 네트워크로 우회한 첫 실증 사례다.
기존 광학 간섭계가 부딪힌 벽 — 광자 손실과 베이스라인
전파 천문학에선 VLBI(초장기선 간섭계)로 수천 km 베이스라인을 만들 수 있다. 신호가 강해서 디지털화한 다음 사후에 위상 합성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. 그러나 광학(가시·근적외) 영역에선 사정이 다르다. 광자 한 톨 한 톨이 너무 약해 디지털화로 옮길 수 없고, 두 망원경 사이에 광섬유나 진공 광경로를 깔아 직접 간섭시켜야 한다. 이 광경로에서 광자가 사라지면 위상 정보도 같이 사라진다. CHARA·VLTI 같은 현행 광 간섭계의 베이스라인이 수백 m 수준에 머문 이유다.
양자 정보 이론에선 1980년대부터 “광자가 도달했다는 사실만 양자 메모리에 저장해 두고, 위상은 나중에 측정하면 베이스라인을 무한히 늘릴 수 있다”는 아이디어가 있었다. Gottesman·Jennewein·Croke가 2012년 PRL에 정식 제안한 이래로, 이 ‘얽힘 보조 광학 VLBI’는 14년 동안 이론에 머물러 있었다. 핵심 부품인 ‘이벤트-레디(event-ready) 원격 얽힘 + 광자 모드 소거 + 비파괴 비국소 헤럴딩’이 동시에 동작하는 양자 메모리가 없었기 때문이다.
실리콘-공공 다이아몬드 — 14년 만에 풀린 부품 문제
하버드의 Lukin·MIT의 Englund 그룹은 2015년부터 다이아몬드 SiV 결함을 양자 네트워크 노드로 키워왔다. 이번 실험은 그 노력의 결정판이다. 두 개의 SiV 노드를 각각 나노케이비티에 결합해 광섬유 결합 효율을 높이고, 텔레콤 파장(1550nm)으로 변환하는 양자 주파수 변환기를 거쳐 1.55km 광섬유를 통해 BSM(Bell state measurement) 스테이션으로 연결했다. BSM이 ‘얽힘 성공’ 클릭을 보내는 순간, 두 노드는 |Φ⁺⟩ 벨 상태로 얽혀 있다.
실험의 진짜 묘수는 ‘외부 광자(=먼 별빛 흉내)’와 양자 메모리의 상호작용이다. 두 노드에 동시에 들어온 외부 광자가 어느 노드로 흡수됐는지 — 즉 어느-경로 정보 — 를 능동 소거 펄스가 지운다. 이 시점에서 외부 광자의 위상이 두 노드의 얽힘 자유도로 전사된다. 마지막으로 BSM 채널이 새 클릭을 내보내면, 그 클릭 패턴 자체가 위상 측정값이 된다. 광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도 두 위상이 비국소로 측정되는 이유다.
실험 핵심 스펙
- 노드: 다이아몬드 나노케이비티 결합 SiV 결함 2개 (하버드 캠퍼스 두 동에 분리 배치)
- 베이스라인: 1.55km 광섬유 (현존 광 간섭계 최장 수준의 3~10배)
- 파장: 노드 자체는 가시광, 양자 주파수 변환기로 1550nm 텔레콤 변환
- 측정 신호: 단일 광자 위상 — 약광 한계에서 직접 간섭계가 못 따라가는 영역
- 증명한 것: 비국소 위상 측정의 가시도(visibility)가 광자 손실과 무관하게 유지된다는 점
|Φ⁺⟩AB = (|0⟩A|0⟩B + |1⟩A|1⟩B) / √2
두 다이아몬드 노드가 만드는 벨 상태. 외부 광자의 어느-경로 정보가 이 자유도로 전사돼 비국소 위상 정보로 바뀐다.
왜 천문학이 흔들리나 — 광 VLBI의 가능성
현재 광학 간섭계 가운데 가장 긴 베이스라인은 칠레 VLTI의 약 200m 수준이다. 이 정도 베이스라인은 가시광 기준으로 수 mas(밀리각초) 분해능을 준다. 만일 1.55km가 아니라 100km 베이스라인까지 양자 네트워크로 늘어난다면, 광학 분해능은 µas(마이크로각초) 영역으로 진입한다. 별 표면의 흑점 구조, 외계행성의 발광 디스크, 활성은하핵의 광원 구조를 직접 광학으로 분해할 수 있다.
현실적 장벽은 두 가지다. 첫째, 광자 도착 사실을 ‘이벤트-레디’로 헤럴딩하려면 양자 메모리의 결맞음 시간이 천문학적 광자 도착률과 맞아야 한다. 약광 별의 경우 광자 도착 사이 간격이 ms~s 수준이므로, 현재 SiV 결맞음 시간(수 ms)으로는 빠듯하다. 둘째, 두 노드 간 사전 얽힘을 어떻게 ‘끊김 없이’ 공급할지의 문제다. 이번 논문은 결맞음 시간을 늘리는 실리콘-공공의 ‘동위원소 정제’ 진전과, 위성·지상 결합 양자 네트워크 로드맵으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제시했다.
개인적으로 이 논문이 인상적인 건, ‘양자 인터넷이 무엇에 쓸모 있느냐’는 질문에 처음으로 천문학적 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. 양자 키 분배(QKD)나 분산 양자 컴퓨팅은 “편리하긴 한데 굳이 양자여야 하나”라는 비판이 늘 있었다. 그러나 광학 VLBI는 본질적으로 ‘약광 + 긴 베이스라인’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며, 고전 신호 처리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다. 양자 네트워크가 사회 인프라가 될 첫 번째 ‘킬러 앱’으로 광 천문학이 자리할 가능성이 명확해졌다.
실험의 한계와 다음 단계
이번 실험에서 측정한 가시도는 약 53%로 보고됐다. 이는 어떤 의미에선 ‘성공’이지만, 천문학적으로 쓰려면 90%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. 가시도 손실의 주요 원인은 (1) BSM 채널의 광자 손실 (2) SiV 노드 결맞음 잡음 (3) 외부 광자와 양자 메모리의 결합 효율이다. 이 셋은 모두 향후 5년 안에 실험적으로 개선 가능한 항목이며, 특히 결합 효율은 다이아몬드 표면 처리·메타표면 결합 진전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.
2012
Gottesman·Jennewein·Croke, ‘얽힘 보조 광학 VLBI’ 이론 PRL 첫 제안.
2019–2024
하버드 Lukin 그룹, 다이아몬드 SiV 노드 사이 35m 얽힘·40km 텔레콤 광섬유 얽힘 등 단계적 시연.
2025년 9월 (arXiv 2509.09464)
Stas 외, 1.55km 비국소 간섭계 첫 데이터 공개. 가시도 53%로 비국소 위상 측정 입증.
2026년 5월 (Nature 651)
정식 게재. APS Physics Viewpoint(2026년 4월)와 Nature News & Views가 동시 조명.
2030 전망
10km–100km 베이스라인 + 가시도 90%로 마우나케아·라팔마 양자 광 VLBI 마일스톤 가능.
FAQ — 자주 묻는 질문
Q1. 일반 VLBI(전파 간섭계)와 무엇이 다른가?
전파 VLBI는 신호를 디지털화한 뒤 사후 합성한다. 광학 영역은 광자 한 톨이라 디지털 처리로 옮길 수 없다. 양자 메모리에 광자 도착 사건만 저장한 뒤 비국소 위상을 측정하는 이번 방식은, 광 영역에서 처음으로 ‘디지털 포스트-프로세싱’과 비슷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.
Q2. 53% 가시도면 실용적이 아닌 것 아닌가?
맞다, 천문학 활용엔 90% 이상이 필요하다. 다만 이번 결과는 ‘원리 증명’이며, 가시도 손실 요인 셋은 모두 공학 개선 영역이다. 실리콘-공공 결맞음 시간은 동위원소 정제로 1초 가까이 늘릴 수 있고, 결합 효율은 메타표면 광학으로 매년 두 배씩 오르는 추세다.
Q3. 한국에서도 양자 광 VLBI 인프라가 가능할까?
서울–대전 광섬유 라인이 이미 존재하고, KAIST·KIST·서울대가 다이아몬드 NV/SiV 노드 연구를 수년째 해오고 있다. 보현산–소백산 천문대 같은 광학 천문 인프라와 연결하면, 동아시아 첫 양자 광 VLBI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.
Q4. 이 기술은 군사 감시·정찰에도 쓰일 수 있는가?
원리적으로는 가능하다. 광 VLBI 분해능이 µas 영역에 진입하면 정지궤도에서 지상 1m 분해능에 가까운 광학 감시가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. 다만 가시도·노드 안정성·결맞음 시간 한계로 가까운 미래에는 천문학·기초과학 응용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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Nature 651, 326–332 (2026) — Entanglement-assisted non-local optical interferometry in a quantum network (Stas et al.) Nature News & Views — Quantum entanglement as a tool to image distant astronomical objects APS Physics Viewpoint — Expanding Interferometry’s Potential with Quantum Memory arXiv 2509.09464 — Entanglement Assisted Non-local Optical Interferometry in a Quantum Network phys.org — Quantum entanglement offers route to higher-resolution optical astronomy